캄보디아의 남부 해안이 전부 섬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. 시아누크빌에서 동쪽으로 따라가면 해안은 한결 온화해진다. 낮고 푸른 물가에는 후추밭과 어촌, 그리고 서두르는 법을 모르는 강변 마을이 있다. 이 나라에서 가장 이름난 맛이 태어나는 곳, 오후가 가만히 앉아 있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.

켑의 게 시장

켑은 기억이 긴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.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는 캄보디아 최초의 해변 휴양지였고, 그 시대의 웅장한 빌라들이 지금도 해안을 따라 서 있다. 일부는 복원되었고, 일부는 아름답게 덩굴의 차지가 되었다. 오늘날 마을의 중심은 게 시장이다. 바닷가에 늘어선 주방들에서는 그날 아침 배에서 곧장 내려온 어획물이 요리가 된다. 시켜야 할 음식은 이 지역 전체가 기대어 선 바로 그 요리, 싱싱한 푸른 캄폿 후추와 함께 볶아 낸 꽃게다. 손으로 뜯어 먹고, 바다는 몇 걸음 앞에 있다.

강가의 캄폿

내륙으로 조금 들어가면 보코르 산의 검푸른 덩치 아래, 프렉 툭 추 강변에 캄폿이 앉아 있다. 점포 겸 주택이 이어진 거리와 덧문을 닫은 식민지풍 건물 정면, 강변 카페, 해 질 녘이면 일몰을 보러 미끄러져 나가는 배들의 마을이다. 이곳에서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이 없다. 자전거를 빌리고, 커피 한 잔을 찾고, 강이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된다. 소리 없이 정이 가는, 이 나라에서 손꼽히는 마을이다.

후추 농장

해안 뒤편 언덕에서는 이 지명을 유명하게 만든 향신료가 자란다. 캄폿 후추는 캄보디아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유럽의 원산지 보호 인증을 받았다. 덩굴과 붉은 라테라이트 토양, 손으로 하는 선별까지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져야 그 이름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. 여러 농장이 방문객을 맞아, 이랑 사이를 걷고 덩굴에 달린 푸른 후추 알의 향을 맡고, 생후추와 흑후추, 홍후추의 맛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볼 수 있게 해 준다. 해외의 요리사들이 굳이 이 후추를 이름으로 찾는 이유를 알려 주는, 짧고 향기로운 수업이다.

바다 위로 난 길

마지막 풍경을 위해서는 포장도로를 따라 보코르 산을 오르면 된다. 서늘한 공기와 정상의 옛 고원 휴양지가 기다리고, 저 아래로 해안이 펼쳐지며 수평선에는 섬들이 번진 얼룩처럼 놓여 있다. 그러고는 다시 물가로 내려가 게 요리를 한 접시 더 먹는다. 켑과 캄폿의 해안은 목록에서 하나씩 지워 가는 곳이 아니다. 그 속도에 맞춰 스스로 느려지는 곳이다.